책 <그해 봄의 불확실성>은 영화 <룸 넥스트 도어>의 원작을 쓴 작가 '시그리드 누네즈'의 신작입니다. 봉쇄를 경험했던 2020년도의 뉴욕이 배경이에요. 소설이지만 자전적 경험을 담은 에세이처럼 읽힙니다.
20년도는 참 이상한 해였어요. 제 개인적인 삶에도 큰 변화가 있었던 시기였습니다. 서른살이 되었고, 회사를 퇴사한 뒤 혼자하는 일을 시도해 본 첫 해였고, 친구들을 만나지 못하고 가족들과 혹은 혼자만의 시간으로 하루의 대부분을 보냈던 시기였어요. 예상치 못했던 시간이 주는 불안감이 있었지만 제 자신과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변했던 시기이기도 합니다.
소설의 주인공은 대학에서 소설을 가르치는 노년의 여성이에요. 주인공은 20대의 낯선 남성 '베치'와 커다란 아파트를 공유하며 봉쇄의 시간을 지납니다. '유레카'라는 지인의 앵무새를 돌보면서요.
베치는 유레카 주인 부부의 또다른 지인이에요. 이들이 코로나 상황을 피해 다른 지역에서 지내는 동안 주인공이 유레카를 돌보기로 한 것인데 의사소통이 잘못되었던 것인지 이 집을 익숙하게 드나들었던 베치가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나요. 대학 자퇴를 선언하며 자신의 부모님 집에서 쫓겨났기 때문입니다.
주인공은 베치를 경계하지만 결국 '아이스크림'을 계기로 가까워집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거리를 두며 언제 끝날지 모를 봉쇄 상황을 버티던 시기에 주인공은 아이러니하게도 안락한 시간으로 하루 하루를 채웁니다.
언젠가 키워보고 싶었던 앵무새와 많은 시간을 보내고, 앵무새를 돌봐달라는 부탁을 받은 탓에 쾌적한 지인의 집에서 휴식을 취합니다. 베치와 가끔 아이스크림을 나눠 먹으며 시답잖은 이야기를 나누고요. 나이 차이는 많이 나지만 서로가 가진 미숙함에 대해 자연스럽게 대화해요.
베치는 아르바이트 자리를 구하고 주인공은 본인의 아파트로 돌아가며 이야기는 끝이 납니다. 익숙한 서사 구조 대신 의식의 흐름을 따라 전개되는 소설이라 쉽게 읽히는 이야기는 아니었어요. 그럼에도 책을 읽으며 20년도에 느꼈던 양가적 감정인 '비관적이면서 평온했던 일상'을 다시 떠올려 볼 수 있었습니다.
AI로 인해 25년도에 느낀 일상의 변화를 돌아보면 26년에 경험하게 될 사회적 변화는 더욱 예측하기 어려워요. 안락함 속에서 느끼게 될 비관적인 감정이 20년도를 다시 떠올리게 합니다. 불확실한 상황 속에서 장기 계획을 세우는 것은 어려운 일이겠지만 앞으로의 삶에서 잃고 싶지 않은 것을 그리며 올해를 보내보려고 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