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사회 생존법>은 소비 자본주의, 외로움, 일, 개인주의, 조용한 삶, 완벽주의 등 현대인의 생활과 밀접한 키워드로 구성된 에세이입니다. 책을 읽기 전에는 '생존법'이라는 제목을 보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지침을 마주치길 기대했어요.
책을 읽어보니 그보다는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지침에 의문을 제기하는 내용이었습니다. 우리가 상식이라 믿는 것은 현대 사회가 만들어 낸 생산물에 가까운 것이 많습니다. 예를 들어, '민주주의' 챕터에서는 이렇게 설명합니다. 민주주의 사회의 가장 해로운 측면은 '다수의 견해에 따라 ‘정상적인 것’으로 여겨지며 남들이 으레 생각하는 쪽으로 동조하려는 경향'이라고 지적해요.
'조용한 삶'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로웠어요. 인스타그램 피드를 보면서 글쓰기에 집중하기 위한 장소를 대여해주는 곳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한국에 돌아가면 꼭 가보고 싶은 곳이기도 하고요. 다양한 주제의 책을 소개하는 독립 서점과 책을 읽을 장소를 제공하는 공공도서관은 익숙한 개념이지만 '글쓰기'라는 상품을 상업적 영역에서 만나게 되어 반갑고 낯설었어요.
조용한 저녁, 혼자 하는 생각, 복잡한 감정이 담긴 메모. 이러한 수식어가 일상을 설명하는 표현이 되어 가는 것일까, 라는 궁금증도 생겼어요. 사색에 대한 기록이 자기 과시적 표현으로 이용되는 것에 우려가 있을지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가만히 앉아서 보내는 지루한 시간의 의미를 각자 찾아가는 것 또한 조용한 삶의 일부라 생각합니다. 이는 <현대 사회 생존법>의 또다른 챕터인 '개인주의'와도 연결됩니다.
"현대는 우리의 정체성을 직업적인 성과보다 더 넓은 기준에 따라 판단할 수 있다는 인식을 약화시켰다. 심리적 생존을 위해서는 개인주의가 야기하는 폐쇄감에서 벗어날 방법을 찾아야 한다. … 앞으로 시대정신에 맞서 전략적인 싸움을 하기 위해, 새로 사귄 사람들에게 직업이 무엇인지 질문하기보다는 최근에 어떤 생각이나 공상을 하고 있는지 물어보는 게 좋지 않을까."
개인주의에 대한 의문과 조용한 삶에 대한 조명은 모순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같은 맥락으로 이어집니다. 왜 어떤 결핍은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가에 대해서 생각해 본 적이 있어요. 현대인에게 걸맞는 야심이라는 것은 도전과 성취에 대한 서사를 만들어냈지만 개인의 정체성을 간단하게 요약합니다.
내가 누구인지 찾아가는 시간은 개인이 속한 시공간에 대한 사유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이 책의 제목은 개인에게 초점을 맞춘 '현대인 생존법'이 아니라 '현대 사회 생존법'입니다. 부제는 '불안정한 시대를 이해하고 평온함을 찾는 법'이고요. 저자는 내가 살아가는 사회를 이해하는 것이 나를 알아가는 방법이라 생각한 것 같아요.
책을 읽고 난 뒤 밑줄 쳤던 문장을 여러 번 읽었어요.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책이었습니다. 책에서 다루는 키워드를 제 언어로 정리해서 개인적 차원의 '현대 사회 생존법'을 써보고 싶어요. 목차에는 '영향력'이라는 키워드를 포함하고 싶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