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사랑의 기술>은 1956년도에 출간된 '사랑'이라는 주제의 에세이집입니다. '사랑의 기술'이라는 말랑한 제목과 달리 책은 현대사회의 단면을 그리는 철학서처럼 읽힙니다. 60년 전 쓰인 책이지만 책에서 이야기하는 '현대인'이 지금의 모습과 많이 닮아 있어 읽는 재미가 있었어요.
"현대 문화의 또 하나의 특징적 성격은 이러한 요소와 밀접히 관련되어 있다. 우리의 모든 문화는 구매욕에 또한 상호 간 유리한 거래라는 관념에 기초를 두고 있다. 상점의 진열장을 들여다보며 느끼는 스릴과 살 수 있는 것이면 무엇이든지 현금 또는 할부로 사는 맛, 이것이 현대인의 행복이다."
저자인 에리히 프롬은 사랑이라는 행위는 감정에 의해 우연히 생겨나는 산물이 아니라 결단이자 판단이라고 설명합니다. 주관과 감정으로 하는 것이 아닌 객관과 이성으로 하는 사랑에 대해 설명해요.
"사랑의 능력은 성장하는, 곧 세계와 자신에 대한 관계에서 생산적인 지향을 발달시킬 수 있는 능력에 달려 있다. 탈피, 탄생, 각성의 이러한 과정은 필수적 조건으로서 한 가지 성질, 곧 ’신앙‘을 요구한다. 사랑의 기술의 실용은 신앙의 실천을 요구한다."
사람은 태어나면서 어머니의 몸과 분리되는 순간 분리불안을 느끼게 됩니다. 이러한 두려움에서 시작된 감정은 누군가와 영원한 합일을 이루려는 열망으로 이어집니다. 에리히 프롬은 사랑이라는 감정에 이르기 위해서는 상대를 사랑하는 나의 능력을 믿는 것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합니다.
나르시시즘을 벗어나 자신에 대한 객관성을 획득할 수 있을 때 사랑하는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설명해요.
📃 책의 내용이 잘 정리되어 있는 유튜브 영상이 있어 함께 공유드려요. 영상의 1:16:12부터 책의 결론 부분을 들으실 수 있어요.
"그러나 이러한 사람은 자기 자신의 내면에 있어서나 자식들에 대해서나 반드시 실패하기 마련이다. 실존의 문제는 각자에 의해 스스로의 힘으로서만 해결될 수 있고 남이 대신 해결해줄 수 없기 때문에 자기 자신의 내면에서 실패하지 않을 수 없다."
"결국 성숙한 사람이 되려면 자신이 자신의 어머니가 되고 아버지가 되는 단계에 도달하지 않으면 안 된다. 말하자면 그는 어머니다운, 그리고 아버지다운 양심을 갖게 되어야 한다.
어머니다운 양심은 ‘어떠한 악행이나 범죄도 너에 대한 나의 사랑, 너의 삶과 행복에 대한 나의 소망을 빼앗지는 못한다’고 말하고, 아버지다운 양심은 ‘네가 잘못을 저지르면 너는 네 잘못의 결과를 받아들여야만 하고 내 마음에 들고 싶다면 너는 너의 생활 방식을 크게 바꾸어야 한다’고 말한다."
"사랑을 성취하는 중요한 조건은 ’자아도취‘를 극복하는 것이다. 자아도취적 방향은 자신의 내면에 존재하는 것만을 현실로서 경험하는 방향이다. 반면 외부 세계의 현상은 그 자체로서는 현실성이 없고 오직 이러한 현상이 자아도취적 인간에게 유익한가 위험한가에 따라 경험된다. 자아도취의 반대 극은 객관성이다. 이것은 사람들과 사물을 ’있는 그대로‘ 객관적으로 보는 능력이고 이러한 객관적 대상을 자신의 욕망과 공포에 의해 형성된 상으로부터 분리할 수 있는 능력이다."
지난달 뉴스레터 '듣똑라'를 읽으며 반성에 관해 공감 가는 구절이 있었어요. 쇼펜하우어가 쓴 짧은 글을 담은 책 <당신의 인생이 왜 힘들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에 실린 문장이에요.
"반성은 자기혐오다. 자기 자신이 하찮게 느껴질 때 인간은 뭔가 반성할 만한 건수가 없는지 두리번거린다. 뭘 해도 기운이 나지 않을 때 인간은 무턱대고 반성하며 자아를 성찰한다."
자기혐오로 이어지는 반성이 되지 않도록 몸과 마음이 충분한 준비되었을 때 올 한 해를 돌아보는 회고를 진행할 것을 제안합니다. 그렇지 않을 때에는 차라리 '평소보다 더 많이 자고, 더 많이 먹고, 아침 일찍 일어나 새로운 하루를 시작하는 것이 좋다'라고 조언해요.
오늘 하루도 맛있는 음식 챙겨 먹고 푹 잠들 수 있는 시간 보내시길 바라요. 겨울 노래를 찾다가 god의 '하늘색 풍선'이 생각나서 공유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