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작년 연말, 송길영 작가의 책 <그냥 하지 말라>를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팬데믹 이후 바뀐 일의 방식과 삶의 전망에 관한 책이었어요. SNS에 남겨진 기록과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를 통해 사람들의 마음에 어떠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지를 예측합니다.
<시대예보: 핵개인의 시대>의 메시지는 조금 더 선명합니다. 몇 십 년 전만 해도 2대가 함께 살아가는 가족의 형태가 특별한 것이었기에 '핵가족'이라는 용어가 만들어졌어요. 이제는 공동체의 단위가 더욱 분화되어 다가오게 된 '개인의 시대'에 대한 변화를 책에 담고 있습니다.
저는 전작에 비해 책에서 이야기하는 미래가 더 멀어진 느낌이 들었어요. 송길영 작가의 책에 대해 '체감할 수 있는 시대 변화보다 먼 미래를 다룬다'는 평이 있었는데 공감되었습니다. 변화의 방향성에 대해서는 공감하지만 살아서 만날 수 있는 미래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들었어요.
송길영 작가는 '시대예보'라는 제목을 정한 것을 이렇게 설명합니다. 기후변화로 인해 날씨를 예측하는 것은 어려워졌지만 보유한 데이터를 최대한 활용하여 예보하고 있어요.
변화의 방향이 극적이고 변수가 많은 시대에 사회가 어떤 방식으로 작동할지 정확하게 맞추기는 어렵지만 데이터라는 근거를 토대로 예보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밝혀요.
책 후반부에 소개하는 '상호허겁'이라는 단어가 흥미로웠습니다. '서로를 적당히 두려워하는 상태'라는 뜻입니다. 생태학자 최재천 교수는 영국 작가 새뮤얼 존슨의 문장을 인용하여 '서로를 적당히 두려워하는 관계가 생태계에 최적이다'라고 표현했다고 해요.
서로를 적당히 두려워하며, 세심한 관심을 기울이고 작은 친절을 베푸는 관계가 기본값이 될 수 있다면 이번 생에 만날 수 없는 세상이라도 그 방향으로 두 팔 벌려 환영하면서 서 있겠다고 다짐하게 되는 결론이었어요.
"우리는 수직적 능력주의의 함정에서 벗어나 수평적 사고의 다양성을 고민하는 것이 더 중요한 시점에 와 있습니다. 산업화 시대만큼 경제가 지속적인 팽창을 담보하지 않는 저성장 사회에서는 모든 영역에서 생태계 관점의 지속성을 고민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가녀장의 시대> 속 아버지와 딸의 대화 톤은 뒤바뀐 역학 속에서 발생하는 정중한 텐션과 유머가 공존합니다. 혹 거슬리는 부분이 있어도 슬기롭게 우회합니다. 이러한 특이한 노사관계, 사적인 관계와 사무적인 관계가 섞인 이 오묘한 관계의 중심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뼛속까지 몸에 밴 존중입니다. ’가족도 남처럼‘ 거리를 둘 줄 아는 매너입니다."
"저는 이 책에서 권위적 행태와 진정한 권위, 권위자를 넘어서 인정과 시간의 선형적인 관계, 조직의 위계과 분화하는 핵개인, 이연된 보상 시스템을 극복하고 사회 혁신을 가능케 하는 미정산 세대의 출현 등을 고민해 보았습니다. 만약 이 생각이 많은 분들에게 공감을 얻어 서로가 서로에게 각자의 길을 허락한다면 기존의 불합리했던 권위주의는 깨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