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간 소식을 들었을 때부터 판매일이 다가오기만을 기다리는 책이 있어요. 김주환 교수의 <내면소통>도 판매를 시작하자마자 사게 된 책입니다. 왜 이렇게 비싼가, 하고 서점에 가서 실물을 보니 700페이지가 넘는 벽돌책이었어요.
책을 사와서는 집 근처 인쇄소에 들러 다섯 권으로 분철했습니다. 시험 공부하듯 밑줄 그으며 읽어야지, 했던 의욕은 금세 사라지고 연초에 사두었던 책에 먼지가 쌓여갔어요. 올여름 다시 꺼내 읽게 되었습니다.
책에는 생물학 분야라 느껴질 정도로 몸이 작동하는 방식에 대한 설명이 많았습니다. 심리 분야의 책에서 읽을 거라 생각하지 못했던 과학과 철학 이론도 다양하게 소개됩니다. 교수님의 방대한 공부량과 여러 이론을 연결해 내는 논리력과 창의성에 놀라기도 했어요.
커뮤니케이션을 전공한 학자로서 '이야기'에 대해 해석한 부분도 흥미로웠습니다. 영화 <인사이드 아웃>에서 봤던 비유가 떠올랐어요. 주인공 라일리는 자신의 머릿속에 엉뚱 섬, 정직 섬, 가족 섬, 우정 섬, 하키 섬을 만들어 두고 각기 다른 성격 섬에 자신이 경험한 바를 저장해둡니다. 성격이 변해가면서 새로운 섬이 생기기도 하고 기존 섬이 붕괴하기도 해요.
영화에서 보여주듯 사람의 의식을 구성하는 것은 '기억'입니다. 기억이란 객관적 사실의 저장이 아니라 '스스로와의 대화를 통해 본인이 경험한 사건에 대한 해석'에 가깝습니다. 저는 이것이 자신의 마음에 주석을 다는 일처럼 느껴졌어요.
스토리텔링에 대한 다양한 관점을 소개하는 책 속 문장을 옮겨볼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