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부터 해외봉사 모집 전형을 준비하는 동안, 모임을 쉬어가고 있었어요. 대신 일을 하던 때와 같은 일상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그동안 읽지 못했던 책을 읽고 운동을 하고, 나름의 이유로 오랜 시간 숙제처럼 여겨졌던 한국사 공부를 했어요.
집중하기 어려워 미루어 두었던 벽돌책과 감정적인 에너지가 많이 소모되는 소설을 읽었습니다. 앞으로 4주간 매주 금요일, 뉴스레터를 통해 인상 깊게 읽었던 책을 소개드릴게요.
이번 주에 소개드릴 책은 <랩걸>이에요. 올봄 소설 수업을 들으며 '작가란 무엇인가'를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모임을 진행하지 않았던 지난 3개월간 일기와 모닝페이지 등을 비롯해 한 편의 글도 쓰지 않았어요. <랩걸>을 읽으며 '글을 쓰는 상태로 지내는 것이 즐거운 일이구나'라는 사실을 다시 떠올렸습니다.
'글을 쓰는 것'의 기술적인 어려움보다 '글을 쓸 수 있는 몸과 멘탈을 지속하는 것'이 더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종종 경험했습니다. 그럼에도 글을 쓰는 동안 제 삶을 조금 더 존중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을 자주 배웠습니다.
여성 과학자의 청년기를 담은 논픽션이라 생각했는데 한평생의 우정을 담은 이야기였어요. 인물들의 기행을 보며 '가까이하고 싶지 않은 사람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가 짠함인지, 아름다움에 대한 감동인지, 반전에 대한 놀라움 때문인지 명확하지 않은 감정의 동요로 훌쩍거리곤 했습니다. 그렇게 울다 보면 마음이 가라앉고 생각이 가벼워지는 독특한 매력의 책이었어요.
조금 긴 분량이지만, 좋았던 구절을 공유드려요.
"우리 모두 일하며 평생을 보내지만 끝까지 하는 일에 정말로 통달하지도 끝내지도 못한다는 사실은 좀 비극적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그 대신 우리의 목표는 세차게 흐르는 강물로 그가 던진 돌을 내가 딛고 서서 몸을 굽혀 바닥에서 또 하나의 돌을 집어서 좀 더 멀리 던지고 그 돌이 징검다리가 되어 신의 섭리에 의해 나와 인연이 있는 누군가가 내디딜 다음 발자국에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