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봄, 이슬아 작가의 '일간 이슬아'를 구독했었어요. 이슬아 작가가 쓴 글을 평일 아침 한 달간 메일함에서 열어봤습니다. 아침에 읽는 기분을 느끼기 위해 볼리비아 시간으로 저녁에 도착한 메일을 아침마다 열어봤어요.
'이메일 쓰는 법'이라는 주제로 쓰여진 글이었지만 이메일 쓰기에 관한 기술이라기보다 더 큰 이야기를 하는 내용이었어요. 가족 또는 친구들과 보내는 일상도 자주 등장하는데 그래서 이슬아 작가의 전작인 <가녀장의 시대> 속편을 읽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단행본 출간을 염두에 두고 시작된 연재였던지라 단행본이 나오면 다시 읽고 싶었어요. 그런데 제가 자주 이용하는 전자도서관에 책이 올라왔더라고요. 휴가 기간을 이용해서 완독했습니다.
이슬아 작가에게 이메일 쓰는 법에 관한 책을 써야 한다고 꾸준히 설득해 온 출판사 마케터가 있었다고 해요. 왜 주제가 '이메일'이었을까에 대한 고민이 책을 읽으며 풀려나갔습니다.
프리랜서로 일을 하며 강연 및 인터뷰 요청 등 다양한 섭외 메일을 받게 된다고 해요. 출간 작업 중에도 담당 편집자와 수없이 많은 대화를 나눕니다. 이 모든 상호작용이 이메일을 통해 일어납니다. 프리랜서 작가에게 이메일함이란 물리적 일터와도 같습니다.
쏟아지는 섭외 메일에 정중한 거절의 메시지를 보내는 일은 이슬아 작가가 운영중인 출판사 직원이자 어머니 '복희님' 담당입니다. 책의 첫번째 챕터는 컴퓨터 전원을 켜는 것도 몰랐던 복희님이 거절 메일에 들어갈 문구를 고민하는 내용으로 시작해요.
맞춤법도 띄어쓰기도 익숙지 않은 복희님은 명확하지만 다정한 마음을 담은 거절 메일 작성자로 거듭납니다. 그 과정에서 타자를 연습하고 특수문자를 사용해 만든 표정을 이메일에 담고 ㅋㅋ와 ㅎㅎ의 차이를 고민해요. 문자 언어가 상대의 마음에 가닿는 과정에서 필요한 고민이 무엇인지, 복희님 에피소드를 통해 생각해 볼 수 있었어요.
고등학생 시절 좋아했던 드라마 작가인 노희경 작가에게 이메일을 보내 한 번만 대화를 나눌 기회를 주십사 요청했던 이야기와 지금의 남편과 과거 영어 수업을 위해 이메일을 주고 받았던 에피소드도 재미있게 읽었어요.
지금까지 이슬아 작가가 출간해 온 산문집이 글의 세계에서 웃고 우는 사람에 초점을 맞춘 다큐멘터리라면 <인생을 바꾸는 이메일 쓰기>는 조금 더 거친 시트콤과 같은 이야기입니다. 밀도 높은 감성을 가진 문장들을 읽으면서 느리게 오가는 치열한 소통의 낭만을 경험해 볼 수 있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