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라디오 <배철수의 음악캠프>를 오래 들어왔습니다. 배철수님은 라디오를 진행하며 늘 행복하다고 이야기하셨어요. 20대에는 록밴드를 하며 청춘을 바쳐온 분인데, 규칙적인 생활을 해야 하는 라디오 진행이 잘 맞는다는 것이 신기하게 여겨졌습니다.
<유퀴즈>에 나와 이야기하시는 모습에서는 '리더'로서의 면모가 돋보였습니다. 10년 전쯤 일본에서 열린 뮤직 페스티벌에 배철수님이 구창모님을 초대해 함께 공연을 관람했다고 해요. 구창모님은 멋진 무대를 보며 눈물을 흘립니다. 그렇게 자신이 여전히 음악에 열정이 남아있는 것을 확인하며 재결합에 대해 이야기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차근히 오랜 시간 준비해 올해 38년 만의 재결합 소식을 전해왔어요.
배철수님은 지금도 여전히 같은 멤버였던 구창모님의 보컬이 좋다고 이야기해요. 인터뷰를 통해 "저는 (이번 공연에서) 구창모씨의 노래를 들으며 행복할 것 같아요"라고 밝힙니다. 두 분이 헤어진 이유는 활동 당시 4집 앨범 녹음을 마치고 구창모님이 탈퇴를 선언하면서부터였어요. 갑작스러운 결정에 당황스럽고 화가 나기도 했을 텐데, 서운한 감정은 인정하면서도 원망하지는 않았다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어쩌면 배철수님이 라디오를 진행하며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 분야 근처를 지켜왔던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배캠>에는 매주 금요일, 게스트 초대 코너가 있습니다. 주로 후배 가수들이 출연해요.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밴드도 자주 출연합니다. 후배들에게는 오랜 선배와 대화하는 기회이고, 배철수님은 후배들과 교류하며 최근 음악 소식을 나누는 시간이라 느꼈어요.
언젠가 이루어질 송골매의 재결합을 꿈꾸며 배철수님이 오랜 시간 라디오 DJ로 지내온 것도 같았어요. 그래서 30년이 넘는 시간이 길게 느껴지지 않고 행복한 것이 아니었을까라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저는 이렇게 무한한 과몰입을 하며 영상을 보고 또 봤어요. '자신의 시간'을 묵묵히 기다리며 충실히 일상을 살아가는 삶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어요.